디스크립션
자산배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대부분은 주식과 채권이라는 익숙한 자산부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다. 나도 그랬다.
‘주식은 성장, 채권은 안정’이라는 공식을 믿고 투자하면서 나름 만족스럽게 운용했다. 하지만 2022년 한 해 동안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경험을 겪고 나서 나는 물었다. “이 둘이 다 떨어질 땐 뭘 해야 하지?”
그 질문이 나를 대체자산으로 이끌었다.
금, 리츠(부동산), 원자재, 인프라, 심지어 미술품이나 와인처럼 흔히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까지 포함되는 대체자산은, 주식·채권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자산배분에 꼭 필요한 이 ‘세 번째 축’을 초보 투자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보려 한다.
금 – 인플레이션과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는 자산
금은 흔히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불린다. 내가 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된 건 코로나 이후였다. 세상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서 실물 자산의 가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약세 시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 금값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인다. 2020년 팬데믹 당시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이 불안할 때 금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는 주식보다 낮지만, 변동성이 높아질 때 포트폴리오 전체를 지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실제로 Vanguard 자료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 금을 5~10% 포함했을 때 위기 시 손실폭을 평균 15~20%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지금은 전체 자산의 7%가량을 금 ETF에 투자하고 있고, 위기 때마다 금이 안정판 역할을 해주는 걸 체감하고 있다.
[주식 대신 채권 투자, 어떤 채권을 선택해야 할까?]에서도 언급했듯,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무너질 때, 금이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는 순간이 분명 있다.
금 보유 시 포트폴리오 손실 방어 효과
리츠 –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목돈이 필요하고, 유동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리츠(REITs)다.
나는 리츠에 처음 투자할 때 ‘부동산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월세처럼 배당이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미국 리츠인 VNQ, 한국의 KODEX 리츠는 매 분기 배당을 지급하는데, 연 4~6%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리츠도 하락한다. 하지만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해준다. Morningstar 분석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 리츠를 10% 포함했을 때 샤프지수가 약 0.1포인트 향상되었고, 이는 ‘위험 대비 수익률’이 개선된다는 뜻이다.
특히 금리가 정점을 지나고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있는 지금 같은 시점엔, 리츠 수익률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내가 최근 조금씩 리츠 비중을 늘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S&P500 vs VNQ 리츠 ETF 수익률 비교
리츠 배당 수익률 추이” 막대그래프
대체자산 – 시대에 따라 바뀌는 자산배분의 전략
마지막으로 다뤄야 할 것은 ‘기타 대체자산’이다. 금과 리츠 외에도 원자재, 인프라, 심지어 와인·미술품·비상장 주식 등도 대체자산에 포함된다. 물론 이들은 일부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단이지만, 최근에는 ETF나 펀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자재 ETF는 농산물, 에너지, 산업용 금속 등에 투자하며, 인플레이션 상승기에 강한 성과를 내곤 한다. 나는 2022년처럼 인플레가 급등하던 해에 ‘DBC’ 같은 원자재 ETF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두면서 주식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물론 대체자산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변동성이 크고, 어떤 경우엔 유동성 부족이나 가격 변동 폭이 지나치게 커서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전체 자산 중 15% 이내 범위에서 대체자산 비중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하면서 이 비중을 유지한다.
이처럼 대체자산은 ‘추가 수익’이 아니라 ‘변동성 완화와 리스크 헤지’의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
[자산배분 ETF란?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쉬운 방법]에서도 다뤘지만, 요즘 출시되는 자산배분 ETF 중 상당수는 이미 리츠나 금 같은 자산을 일정 비중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요약
- ✅ 금은 위기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방어에 유용한 대표 안전자산이다.
- ✅ 리츠는 부동산 투자이면서도 유동성이 높고 배당 수익이 꾸준하다.
- ✅ 원자재, 인프라 등 대체자산은 변동성 완화와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