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뭔가 걸린 느낌,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

목에 뭔가 걸린 느낌,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

디스크립션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 가래가 있는 것 같지만 뱉어지지 않고, 연하곤란까지 겪는데 병원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위산 역류 증상은 없는데, 이상하게 후두 이물감과 가벼운 기침, 목쉼이 반복된다면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LPR)’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전형적인 가슴 쓰림이 없는 역류성 질환이 어떻게 목에 불편함을 유발하는지, 내가 겪은 사례와 함께 원인과 개선 방법을 함께 알아본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 느낌, 대체 왜 그런 걸까?

나는 몇 개월 전부터 이유 없이 목이 간질간질하고, 자꾸 헛기침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 감기나 기관지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기침은 계속됐고,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칼칼하고 목소리가 잠긴 상태였다. 식사를 하고 나서도 후두에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침을 삼키는 것도 편치 않았다. 이물감이 심한 날에는 불안하고 신경이 쓰여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특별한 염증 소견은 없었고, 혹시 역류성 식도염이 아닌가 싶어 위내시경까지 받아봤지만 ‘정상’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다 알게 된 개념이 바로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Laryngopharyngeal Reflux, LPR)이었다. 일반적인 역류성 식도염(GERD)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 쓰림(heartburn)이나 신물 역류가 주 증상이지만, 비전형적 형태는 위산이나 소화효소가 목이나 후두까지 역류해 기침, 목쉼, 이물감, 연하곤란 등을 유발한다.

2013년 미국 위장병학회(American Gastroenterological Association)의 자료에 따르면, GERD 환자 중 약 20~30%는 전형적인 가슴 쓰림 증상 없이 목 이물감이나 기침 등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진단되며, 특히 이비인후과에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했다 (JAMA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13). 이처럼 전형적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환자 스스로도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산이 아니라 ‘약산성 역류’일 수도 있다

내가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꼭 위산이 아니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위산이 식도 위로 올라오는 전형적인 GERD는 강한 산성(pH 2~3)의 자극 때문에 명확한 통증과 염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비전형적 역류는 훨씬 미세한 역류가 반복되면서 후두를 자극하는 데, 이때 위산뿐 아니라 소화효소인 펩신, 담즙 등 비산성 혹은 약산성 역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후두와 인후부는 식도보다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약한 산이나 소화액이 닿아도 염증이나 자극이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위산분비억제제(PPI)를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비전형적 역류가 간과되기 쉽다.

2017년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LPR 환자 중 약 40%는 위산분비억제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식습관 개선과 식도 상부 괄약근 기능 회복을 위한 운동 요법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했다 (Koufman JA et al., Am J Gastroenterol, 2017).
내가 겪은 증상도 PPI 복용 초기엔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식사 습관과 자세,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했다.

또한 수면 자세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위 내용물이 밤사이 미세하게 후두로 역류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자는 동안 자각 없이 후두점막이 자극되고, 아침 두통, 목 통증, 쉰 목소리로 이어질 수 있다. 이후 나는 수면 중 상체를 약간 높이고 왼쪽으로 눕는 자세를 유지했으며, 자기 전 최소 3시간은 음식 섭취를 피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다음 날 아침의 목 이물감이 현저히 줄었다.


진단이 어려운 만큼 내 몸의 신호를 잘 살피자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의 가장 어려운 점은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고 증상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내시경에서 보이는 염증도 미미한 경우가 많고, 혈액검사나 흉부 영상에서도 뚜렷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환자는 계속 증상이 있는데도 ‘정상’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듣게 되고, 결국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이 시기를 겪으며 ‘검사 수치가 전부가 아니다’는 걸 깨달았다. 몸은 분명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단순히 위산을 줄이는 약보다는 생활 전반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노력이 더 큰 변화를 만들었다. 식사 중 과식을 피하고, 기름진 음식과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 박하류 같은 위장 자극 음식은 가급적 멀리했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고, 식사 직후 바로 눕지 않는 것 역시 반복된 증상의 빈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후두 점막 보호를 위해 수분 섭취를 충분히 유지하고, 스트레칭과 복식호흡 같은 이완 요법을 통해 교감신경의 흥분을 줄이려 노력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에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은 위염이나 식도염처럼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일상생활에 미치는 불편함은 결코 작지 않다. 목소리 변화, 목 통증, 쉰 목소리, 삼킴 곤란, 잦은 기침 등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감기나 인후염으로 넘기지 말고 역류의 비전형적 형태를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 “위산이 안 올라오는데 왜 이럴까?”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

비전형적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역류가 없다’는 점에서 혼란스럽고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후두 이물감, 잦은 기침, 목 쉼, 아침의 목 통증 등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다. 단순히 위나 식도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후두까지 역류하는 미세한 자극에 대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로 증상을 조절하며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사가 정상이더라도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느낌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진짜 진단은 내 몸이 먼저 말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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