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크립션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머리가 묵직하고 뒷목이 뻐근하게 당겼다. 처음엔 단순한 숙면 부족이려니 넘겼지만, 이런 증상이 며칠씩 반복되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후쯤 되면 어지러운 느낌까지 겹쳐져서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처음엔 빈혈인가 싶어서 병원에 가봤지만, 혈액검사는 정상이었고 뇌영상검사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때 의사에게서 처음 들은 단어가 바로 ‘턱관절 장애’, 즉 TMJ였다.
나는 평소 오른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있었다. 밥을 먹을 때 무의식적으로 항상 오른쪽으로만 씹었고, 치아도 오른쪽이 더 닳아 있는 편이었다. 턱이 자주 뻐근하고 벌어질 때 ‘딱’ 하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게 어떤 문제와 연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턱관절이 틀어지고 긴장하면 두통, 어지럼증, 귀의 통증, 심지어 이명까지도 유발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턱관절은 단순히 ‘씹는 관절’이 아니다
턱관절은 귀 바로 앞쪽에 위치해 있으며, 음식을 씹거나 말할 때 아래턱을 움직이게 해주는 복잡한 관절이다. 턱관절 주위에는 다양한 신경과 근육이 얽혀 있고, 특히 뇌신경 중 하나인 삼차신경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광범위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미국 치과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는 턱관절 장애가 두통이나 얼굴 통증의 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출처: ADA, “Understanding Temporomandibular Joint Disorders”, 2019)
문제는 이 증상들이 다른 질환과 겹치기 쉽다는 점이다. 어지럼증이 있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내과나 신경과를 먼저 찾게 되고, 두통이 있다면 뇌혈관 질환을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턱관절 문제는 입을 열거나 씹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주요 증상이지만, 동시에 광대뼈 주위의 묵직한 통증, 귀 주변의 압박감, 뒷목의 근육 긴장, 그리고 턱을 움직일 때 느껴지는 소리와 같은 미묘한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치과보철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턱관절 장애 환자 중 60% 이상이 만성 두통이나 편두통을 호소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두통의 원인을 모르고 오랜 기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출처: 대한치과보철학회지, 2018, 제56권)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만든 불균형, 그 결과는?
내 경우처럼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은 턱관절 장애의 흔한 원인이다. 턱 근육은 매우 민감하고 섬세하게 균형을 맞추는 구조인데, 반복적으로 한쪽 근육만 사용하면 상대쪽은 점차 약화되고, 사용되는 쪽은 긴장하게 된다. 이런 근육 불균형은 턱관절의 위치까지 미세하게 바꿔 놓고, 결국 관절 디스크가 제자리를 이탈하거나 움직일 때 통증과 소리를 유발한다.
이런 불균형이 뇌신경 자극이나 경추(목뼈)와 연계되면 단순한 턱 통증을 넘어서 두통, 어지럼증, 이명, 눈 피로, 심지어 어깨 통증과 같은 전신 증상으로 퍼질 수 있다. 최근 일본 도쿄대학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는, 턱관절 장애와 연관된 이명과 현기증 증상이 청신경과 직접적인 연관성보다는 턱관절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근육 긴장 및 뇌신경 압박에 기인한다고 설명하였다. (출처: Tokyo Medical University Journal, 2021)
또한 이러한 증상들은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회식 다음 날이나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일한 날, 턱이 더 무겁고 어지럼증이 심해졌다. 처음엔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턱관절 주변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뒷목과 두피까지 이어지는 통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TMJ 증상이 의심된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활 습관의 점검이다. 나는 오른쪽으로만 씹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교정하기 시작했고, 한쪽 턱에 무리를 주는 껌 씹기, 턱을 괴는 자세, 이를 악무는 습관을 멈췄다. 또 자기 전에는 따뜻한 수건을 턱에 올려 긴장을 풀어주는 습관도 들였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몇 주 지나자 두통의 빈도가 확연히 줄었고, 어지럼증도 거의 사라졌다.
운동도 큰 도움이 됐다. 평소 경직되기 쉬운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고,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전체적인 몸의 균형도 좋아졌다. 특히 턱관절 물리치료와 함께 진행한 가벼운 교정운동은 큰 변화를 만들었다. 턱을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는 연습, 양쪽으로 고르게 씹으려는 의식적인 훈련은 간단하지만 꾸준함이 필요한 부분이다.
치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한 습관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턱관절 스플린트(교합 장치) 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더 심한 경우엔 정밀 진단과 함께 약물치료나 물리치료가 병행된다. 2022년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맞춤형 스플린트 치료를 6주 이상 받은 TMJ 환자의 80% 이상에서 두통과 어지럼증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보고되었다. (출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2022년 학술지 발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어지럼증, 귀의 압박감 또는 뒷목의 뻐근함을 겪고 있다면, 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자. 단순히 이를 악무는 습관, 한쪽으로만 씹는 식습관, 잠잘 때 턱을 옆으로 누르는 자세 같은 사소한 행동들이 큰 통증과 연결될 수 있다.
내 경험처럼, 아주 작은 습관의 변화와 정밀한 진단이 때론 오랫동안 이어지던 원인불명의 통증을 해결할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신호를 지나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