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전 증후군(Premenopause)’ 30~40대 여성에게도 찾아온다

‘폐경 전 증후군(Premenopause)’ 30~40대 여성에게도 찾아온다

디스크립션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이틀쯤 푹 쉬면 금방 회복되던 컨디션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생리 주기도 점점 불규칙해졌고,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불면도 잦아졌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 라며 넘겼지만,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병원을 찾은 어느 날 나는 “폐경 전 증후군(Premenopause)”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게 되었다.

폐경 전 증후군은 여성의 생식기능이 점차 줄어들며 폐경으로 가기 전 수년 동안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증상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폐경은 평균적으로 만 49세 전후에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폐경 전 증상은 그보다 훨씬 이른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시작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시기에 나타나는 변화가 너무나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조차 ‘그저 바쁘고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생리 주기의 변화, 내 몸이 보내는 첫 번째 신호

나의 경우, 예전에는 거의 정확하게 28일 주기로 생리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기가 들쑥날쑥해지더니 40일 가까이 건너뛰는가 하면, 반대로 20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초반에는 피임약을 먹어서 그런가 싶었고, 체중 변화 때문인가 의심도 했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한 생리주기 불안정은 폐경 전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폐경 전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불규칙하게 변동하게 되는데, 이 호르몬들이 월경을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이다 보니, 이들의 불균형은 곧 생리 주기의 변화로 나타난다. 특히 배란이 되지 않는 ‘무배란 주기’가 늘어나면서 생리량이 많거나 적고, 통증이 더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생리불순은 단순한 ‘스트레스’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신체가 본격적인 폐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여성건강 연구팀은 “35세 이후의 여성 5명 중 1명은 폐경 전 증후군의 초기 증상을 경험한다”고 발표하며, 생리 주기 변화는 이 시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출처: Prior JC. “Perimenopause: The Complex End of the Fertility Span.” UBC Centre for Menstrual Cycle and Ovulation Research, 2020)


우울감, 불면, 피로… 보이지 않는 변화에 무너지는 일상

호르몬의 변화는 단지 생리 주기만이 아니라 감정, 수면, 에너지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폐경 전 증후군을 겪는 많은 여성들은 이전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기분이 가라앉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나 역시 처음엔 단순한 번아웃 상태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피곤한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에너지, 불면으로 인한 일상의 붕괴, 그리고 이유 없는 우울감은 분명 예전의 나와는 달라진 신체 반응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한 정신적 문제라기보다는, 호르몬이 불안정해지며 뇌의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과 같은 기분 조절 물질의 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변동되면 우울감이나 짜증, 감정 기복이 쉽게 생길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폐경 전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여성들이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은 불면과 피로감으로 인해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출처: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Women’s Midlife Health Study”, 2019)

나의 경우, 수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관리하는 습관부터 시작했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카페인을 줄였으며,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한두 달을 실천하자 조금씩 밤의 질이 개선되었고, 몸도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 몸과 마주할 시간이다 🌙

폐경 전 증후군은 어떤 면에서는 중년 여성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시기에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폐경 이후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만성 우울증 등 더 큰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생리 주기의 미세한 변화, 평소보다 늘어난 피로감, 사소한 감정 기복도 모두 내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며,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의대의 여성건강연구소에서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여성에게 폐경 전 호르몬 변화를 조기 인지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조정하는 것이 향후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출처: Harvard Women’s Health Watch, 2021)

이 시기에는 나를 돌보는 것이 곧 가족을 지키는 것이고, 장기적인 건강을 위한 최고의 투자가 된다.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회복은 시작된다. 예전의 나를 자책하지 말고, 새로운 나를 따뜻하게 맞이하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