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자산배분을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채권이라는 단어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처음 자산배분을 시도할 때 “주식 말고 채권도 섞어야 한다더라”는 말만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채권 ETF를 하나 골라 넣었다. 그런데 결과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채권도 종류가 많고 성격이 다 다른데, 그걸 모르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채권’이라는 자산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 혹은 채권에 대해 막연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지금부터 채권 투자의 기본 원리부터, 실제 선택 시 어떤 기준을 봐야 하는지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한다.
채권은 왜 안전한 자산으로 불릴까?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이다. 투자자는 이 채권을 사는 대신, 만기일까지 일정한 이자를 받게 된다. 주식처럼 가격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고, 만기가 되면 원금이 거의 보장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거의’라는 말이 중요하다. 나는 예전에 회사채를 무심코 사뒀다가 발행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흔들리는 바람에 마음을 졸였던 경험이 있다. 그때 느꼈다. 채권도 ‘누가 발행하느냐’에 따라 안정성과 위험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대표적인 안정적 채권은 국채다. 미국 국채나 한국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기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다. 반면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하므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위험이 높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은 이자율이 높은 대신 부도 위험도 높은 경우가 많다.
- “국채 vs 회사채 vs 하이일드 채권 비교 표”
금리가 오르면 채권은 떨어진다? 헷갈리는 금리와 채권의 관계
채권을 처음 접할 때 가장 혼란스러운 개념이 바로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다. 나는 ‘금리가 오르면 좋은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해, 채권은 만기까지 받는 고정 이자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시장 금리가 올라버리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준다. 그럼 예전 채권은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고, 그 결과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되었을 때, 많은 장기 국채 ETF들이 큰 폭의 손실을 봤다. 나도 당시 채권을 ‘안전자산’이라 믿고 장기물에 몰빵했다가 뜻밖의 손실을 경험했다. 그 뒤로는 채권의 듀레이션(만기까지 남은 기간)을 꼭 확인하고 투자한다.
짧은 듀레이션 채권(예: 1~3년 만기)은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해, 금리 상승기에는 이런 채권이나 ETF가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다. 반대로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장기 채권(10년 이상)을 매수해 이자 수익과 자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도 있다.
이런 금리 민감도와 듀레이션 개념을 알고 나니, 채권 투자가 단순히 ‘안정적이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시장 흐름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구로 보이기 시작했다.
[주식 60%, 채권 40% 전통 자산배분, 지금도 유효할까?]에서 다룬 것처럼, 이 전략도 결국엔 채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초보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채권 투자 방법
그렇다면 채권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 특히 자산배분의 일환으로 채권을 포함하려는 사람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ETF를 통해 다양한 채권 유형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라면 ‘KODEX 국고채 10년’, ‘TIGER 단기채권’, ‘KBSTAR 중기국채 ETF’ 같은 상품을 참고해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AGG(종합채권)’, ‘IEF(중기국채)’, ‘TLT(장기국채)’, ‘SHY(단기국채)’ 등이 대표적이다.
또는 [자산배분 ETF란?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쉬운 방법]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산배분 ETF 안에 이미 적절한 채권 비중이 포함돼 있으므로 복잡한 판단 없이 채권 투자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품은 리밸런싱까지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매우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채권도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수익률이 낮고 안전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대충 골라 넣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시장 상황과 금리 전망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조금만 공부하고 신중히 선택하면, 채권은 자산배분의 든든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요약
- ✅ 채권은 발행 주체와 금리, 만기에 따라 위험과 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 ✅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며, 듀레이션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 ✅ 초보자는 ETF를 활용하거나 자산배분 ETF로 채권을 간접 보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