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없는 마른 사람의 간 기능 이상, 마른 비만이란?

‘지방간’ 없는 마른 사람의 간 기능 이상, 마른 비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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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경우가 있다. 특히 체중이 정상이거나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간 기능 수치(AST, ALT)가 높게 나오는 경우다. 지방간은 보통 과체중이나 비만한 사람에게서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엔 ‘마른 비만’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겉보기에는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지방이 많은 경우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살펴보고, 그 관리 방법에 대해 실생활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내한다.


마른데 왜 간수치가 높을까? ‘마른 비만’의 실체

나는 체중이 50kg을 넘지 않는 마른 체형이다. BMI도 19를 넘지 않아서 늘 ‘난 비만 걱정은 없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해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수치(AST, ALT)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고, 의사 선생님은 ‘지방간 의심’이라는 소견을 덧붙였다. 의아했다. 내 몸 어디에 지방이 많단 말인가?

검진 후 추가로 받은 복부 초음파에서 놀랍게도 간의 반사도가 증가되어 ‘경도 지방간’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는 겉보기에는 마른 체형이지만, 내장지방이 쌓여 있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상태를 흔히 ‘마른 비만’이라 한다. 마른 비만은 체중이나 BMI만으로는 파악되지 않으며, 체지방률, 특히 내장지방의 분포가 중요하다.

2020년 Journal of Hepat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BMI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약 10~20%가 비알콜성 지방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 높다고 한다 (Younossi ZM et al., J Hepatol, 2020). 아시아인은 같은 체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내장지방이 많은 체형이기 때문에, ‘마른데도 간수치가 높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나처럼 평소 체중만 보고 건강을 자부하던 사람에게 이는 충격적일 수 있다. 특히 운동 부족과 단 음료,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패턴은 마른 체형에도 불구하고 내장지방을 늘리는 주된 원인이 된다. 즉, 몸무게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 질과 위치다.


마른 비만과 간 건강의 관계, 간단치 않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간 기능 이상 수치가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간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마른 비만이 원인일 경우에는 지방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방치하면 간섬유화, 심지어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실린 연구에서는 비알콜성 지방간(NAFLD)이 있는 정상 체중 성인에서 간섬유화의 진행 속도가 비만한 환자보다 오히려 빠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Mantovani A et al.,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9). 이는 마른 비만 환자들이 간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낮고, 병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받지 못하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기 전까지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간수치가 높다는 소견을 받고서야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침은 거의 거르고,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 저녁엔 야식으로 맥주와 튀김을 즐기는 식사 패턴이 내장지방을 쌓이게 만든 주범이었다. 몸무게는 그대로였지만 복부둘레는 늘어 있었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결국 체중계 숫자가 아닌, 삶의 질과 식습관이 문제였던 것이다.


마른 비만형 지방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마른 비만형 지방간을 관리하기 위한 핵심은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다. 겉보기에 살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내장지방은 근육량이 부족하거나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서 쉽게 증가하며, 특히 단 음료나 고탄수화물 식사 위주의 습관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커진다.

첫 번째 실천은 식사 습관 개선이었다. 나는 흰쌀밥 대신 현미밥으로 바꾸고, 음료는 물과 무가당 차로 대체했다. 또한, 간식으로 과자 대신 견과류나 삶은 달걀을 챙겼다. 설탕 섭취를 줄이고, 트랜스지방이 많은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내장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2022년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설탕 섭취를 25% 줄인 사람은 12주 내 내장지방이 평균 8.7% 감소했다고 한다 (Hall KD et al.,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22).

두 번째는 운동이다. 마른 비만일수록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의 병행이 중요하다. 나는 처음엔 30분 걷기부터 시작했고, 2주에 한 번씩 체성분 분석을 하며 변화를 기록했다. 놀랍게도 체중은 그대로였지만, 내장지방 지수와 간수치는 점차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다. 특히 아침 공복 유산소 운동은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2015년 Journal of Physiology에서는 공복 유산소 운동이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며, 인슐린 감수성을 높인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Edwards LM et al., J Physiol, 2015).

스트레스 관리도 무시할 수 없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증가시키고, 이는 간 내 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나는 매일 10분씩 명상을 하거나 반신욕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했고, 이 역시 생활의 질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결론

‘마른데 간수치가 높아요’라는 고민은 더 이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 체중이지만 내장지방이 쌓여 간 기능에 영향을 주는 ‘마른 비만’은 건강검진이 아니면 알기 어렵고, 자칫 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체중이 아니라 체성분, 특히 지방의 분포다.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복부 비만이나 피로감, 간수치 이상이 있다면 생활 습관을 다시 점검해보자.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마른 비만형 지방간을 예방하고 간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더 늦기 전에 나의 일상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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