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거나, 심장이 갑자기 ‘쿵’하고 뛰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밤에 누워있을 때, 혹은 출근 준비 중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이상하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점점 빈도가 잦아지면서 ‘혹시 부정맥이 아닐까?’,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내 마음이 예민해진 걸까?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24시간 심전도, 심장초음파, 피검사까지 해봤지만 이상은 없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경우엔 심장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문제일 수 있어요. 스트레스나 불안, 수면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죠.” 의외였다. 내가 느끼는 이 강한 증상이 ‘내 마음 상태’ 때문일 수 있다니,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사의 말은 단순 위로가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내 안에 있었다.
심장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심장 박동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에 따라 리듬을 유지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며,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심장 두근거림을 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중 약 65%는 부정맥이나 심장질환이 아닌 스트레스, 불안, 공황 상태와 관련된 자율신경 이상이 원인이었다고 보고되었다(J. Psychosom Res, 2020). 특히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음에도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율신경계의 불균형과 관련된 증상으로 분류되었다.
나 역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먼저 앞서 있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거나, 갑작스럽게 많은 일을 마주할 때, 혹은 잠을 설치고 난 다음 날. 공통점은 모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장이 튀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에 휩싸였다.
의사는 “그런 분들이 참 많아요. 증상은 명확하지만, 심장은 멀쩡합니다. 문제는 자율신경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안심과 동시에 허탈감이 몰려왔다. 증상이 분명한데 병명은 없고, 치료약도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스트레스가 만드는 ‘몸의 언어’라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당시 나는 충분히 자지 못했고, 일을 너무 몰아서 했으며, 늘 마음이 조급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몸도 쉬지 못했다. 특히 저녁 시간에도 뇌가 깨어 있는 듯한 느낌,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피로감이 계속되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자율신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교감신경은 긴장을 유지시키는 역할, 부교감신경은 이완을 담당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교감신경이 과하게 작동하며 심장이 마구 뛰고, 소화는 안 되고, 잠도 오지 않는 ‘과각성 상태’가 된다. 내가 겪은 증상은 그 전형적인 결과였다.
의사는 “약물 치료보다 생활 루틴을 바꾸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따라 조금씩 하루의 리듬을 다시 짰다. 아침에 일어나 10분간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 앱으로 호흡을 가다듬었으며, 밤에는 푸른 조명 대신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책을 보며 뇌를 천천히 진정시켰다. 카페인을 줄이고, 무리하게 스케줄을 채우지 않고, ‘해야 한다’ 대신 ‘괜찮다’를 마음속에 자주 되뇌었다. 그렇게 2~3주가 지나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두근거림이 와도 ‘이건 병이 아니다’라는 걸 알기에 덜 무서워졌다. 그건 단순한 안도가 아니라, 내가 내 몸을 조금씩 다시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 이유 없이 두근거림이 생길 때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심장병’이다. 하지만 진료실에서는 의외로 “심장은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자율신경의 불균형, 만성 스트레스, 불안장애, 그리고 공황의 초기 증상을 겪고 있다. 나처럼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 무너져가는 이들은 많다. 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건, “내 증상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이다. 그때 이 글을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전하고 싶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그 느낌도, 식은땀이 나는 순간도, 모두 당신에게 무언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건 심각한 병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작은 루틴을 통해 내 신경계를 회복시켜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가끔은 다시 두근거리고, 다시 겁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그 느낌을 두려워하기보다, 내 몸이 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괜찮아, 잠깐 쉬자’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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