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발표를 앞두고 화장실을 들락거린 경험, 일상 속 스트레스가 심할 때 배가 꼬이고 통증이 찾아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반복되고,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며 배에 불쾌한 느낌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예민함이 아닐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스트레스가 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반복되는 배변 문제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 속 접근법을 실제 경험과 함께 깊이 있게 알아본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찾게 된다. 직장생활 초기, 회의 전마다 설사를 하거나 긴장으로 배가 꼬이는 일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장염인가 싶었지만, 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후 어느 시점부터는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기 시작했고, 항상 배가 편하지 않은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늘 ‘정상’이었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장이 반응하는 이유는 장과 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의 장에는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어 ‘제2의 뇌’라고도 불린다. 뇌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신호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장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복통, 배변 이상, 팽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2018년 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장과 뇌 사이의 소통 경로인 장-뇌 축(gut-brain axis)의 불균형은 과민성 장증후군(IBS)과 같은 기능성 위장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이 축의 민감도가 증가해, 경미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Carabotti M. et al.,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8).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정해진 증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날은 배가 꽉 막힌 듯 답답하고 며칠간 변을 못 보다가, 또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설사로 하루 종일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변비일 땐 식욕이 없고 머리가 멍했으며, 설사일 땐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듯한 탈진감을 느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니 일상생활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이러한 설사와 변비의 반복은 스트레스가 장 운동을 불규칙하게 만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평상시 장은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내용물을 밀어내는 운동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이 운동이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며, 장내 이동 속도가 뒤죽박죽이 된다. 이로 인해 어떤 날은 수분 흡수가 충분하지 않아 묽은 변을 보고, 어떤 날은 지나치게 흡수되어 변이 딱딱해지는 것이다.
특히 장내 환경의 변화는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줄이고, 유해균이 늘어나도록 만들어 장 점막에 미세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장 점막의 민감도가 증가하고, 가스 생성과 복부 팽만, 배변 후 잔변감 등 다양한 불쾌한 증상이 동반된다.
2020년 Cell Host & Microbe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실험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 쥐에게서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급격히 변화하고, 장벽이 약화되며 설사와 변비가 교차하는 패턴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Zhou L. et al., Cell Host Microbe, 2020).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편함이 아니라 생리적·면역학적 변화를 동반한 장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내가 장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바꿔보기로 결심한 건, 출근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복통과 설사 때문에 전철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스트레스와 장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생활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들을 해나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루틴 만들기였다. 기상, 식사,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장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도왔다. 매일 아침 따뜻한 물 한 컵을 마시고, 공복에 간단한 스트레칭과 복식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장운동이 활발해졌고, 배변이 규칙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했다. 나는 아침 식사로 플레인 요거트에 바나나, 오트밀, 견과류를 곁들여 먹었고, 점심에는 가능한 한 채소가 포함된 식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런 식습관은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배변 패턴을 안정시키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일에 몰두하느라 나를 돌보는 시간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매일 20분씩 명상이나 조용한 산책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루틴을 만들었고, 긴장을 자각하고 푸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2021년 Psychosomatic Medicine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명상 기반 인지치료(MBCT)와 같은 이완 요법이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배변 증상과 삶의 질을 유의하게 개선한다고 보고되었다 (Zernicke KA et al., Psychosom Med, 2021).
장 건강은 단순히 식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내 감정 상태와 신경계, 수면의 질, 리듬 있는 생활이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비로소 장도 편안해진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며 일상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단지 소화 문제나 식사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장은 우리의 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으며, 스트레스는 그 소통을 가장 먼저 흔드는 요소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리듬을 찾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장 건강 회복의 첫걸음이 된다. 장이 편해지려면 먼저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말, 이젠 진심으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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