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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랐는데 혈당이 높아요, 마른 당뇨, 정말 있나요?

디스크립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평소보다 체중이 빠져서 오히려 “살 너무 빠졌네”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시기였다. 평소 식욕도 많지 않고, 군것질도 많이 하지 않는데 결과지에 찍힌 공복혈당 113이라는 숫자는 너무 낯설었다.

‘당뇨 전단계?’ 의사 선생님은 ‘조심하셔야겠어요. 생활습관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했지만,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다. 살이 찌지도 않았고, 단 음식을 그렇게 자주 먹는 편도 아니었다. ‘마른데 혈당이 높다고?’ 그때부터 나의 검색이 시작됐다.

‘마른데 당뇨’, ‘말랐는데 혈당 상승’, ‘마른 당뇨 식단’… 그런데 의외로 내 마음을 정확히 이해해주는 글은 많지 않았다. 나처럼 겉보기엔 마른데, 체내에서는 이미 당 조절 기능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처음 ‘마른 당뇨’라는 개념을 제대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말랐다고 당뇨와 무관한 건 아니었어요

내가 가진 가장 큰 착각은 ‘당뇨는 비만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받은 설명은 완전히 달랐다. 의사는 “마른 당뇨는 요즘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근육량이 적고 활동량이 적은 마른 사람일수록, 인슐린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당을 세포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혈중에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몸무게만 생각했고, 외형만 봤지 내 몸 안의 대사 기능이나 호르몬 작용은 신경 쓰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실제로 2023년 Diabetes Care에 실린 연구에서는, 정상체중 당뇨 환자군의 인슐린 민감도는 오히려 비만군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고, 체지방 분포(특히 복부 내장지방)와 근육량 부족이 혈당 조절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Rhee EJ et al., Diabetes Care, 2023). 겉은 말랐지만 내장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들은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고 당분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공복혈당이 올라가는 현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비슷했다. 배는 납작했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이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는 대신 식사 시간이 불규칙했고,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과하게 먹는 날도 많았다. 체중은 적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대사 기능은 계속 저하되고 있었던 셈이다. 거기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며 커피를 하루 3잔씩 마셨고, 밤엔 허기짐을 느껴 빵이나 국수처럼 쉽게 배부른 음식을 찾았다. 이런 생활들이 결국 ‘마른 당뇨’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생활을 바꾸자 몸도 반응했습니다 🌿

의사 선생님은 당장 약을 처방하지는 않았고, “식사 습관과 활동량부터 바꿔봅시다. 3개월 후 다시 혈당을 체크해보죠”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다행스럽기도 했고,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정말 당뇨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바꾸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간단한 단백질과 채소, 잡곡밥을 챙겨 먹으며 공복 상태를 줄이고, 점심과 저녁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을 늘렸다. 단 음식은 끊기 어렵기에 아예 금지하기보단 ‘줄이기’를 목표로 삼았고, 커피도 하루 1잔만, 가능하면 식사 직후로 제한했다. 무엇보다 꾸준히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좋았다. 하루 20분, 집 근처를 걷는 것으로 시작했고, 매일 아침 스트레칭과 스쿼트 20회를 빠지지 않고 했다.

한 달쯤 지나자 몸의 변화가 느껴졌다. 식사량은 그대로였지만 덜 피곤했고, 밤늦게 출출한 느낌도 줄어들었다. 몸무게는 비슷했지만 체지방률이 내려가고, 조금씩 근육량이 늘었다. 그리고 3개월 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공복혈당 수치는 103으로 내려가 있었다. 아직 완벽한 정상은 아니지만, “좋은 방향입니다. 지금처럼만 관리하시면 충분히 회복 가능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의 안도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숫자 하나가 말해준 내 몸의 경고였어요

당뇨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나처럼 “내가 당뇨일 리 없다”며 아무런 대처 없이 방치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정작 내 몸 안에서는 이미 조용한 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마른 당뇨’라는 단어는 그걸 나에게 일깨워준 알람이었다.

지금도 나는 마른 체형이다. 하지만 그 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고, 조금이라도 더 걷고, 감정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명상이나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혈당은 단순히 음식 때문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결과물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했다. 그리고 나처럼 “나는 말랐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 글이 하나의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건강은 체중이 아니라 몸의 기능과 균형, 그리고 그걸 꾸준히 챙기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 한 번의 검진 결과로, 나는 조금 더 나를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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