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위염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후에도 속이 계속 불편한 이유

만성 위염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후에도 속이 계속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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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에서 만성 위염과 헬리코박터균이 보인다”는 진단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늘 먹고 마시는 것이 문제없이 느껴졌는데, 내 위장 안에서는 이미 오랜 시간 염증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균의 이름이 낯설고 낯선 만큼 불안했다. 치료를 시작했지만, 약을 다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위에 대해 얼마나 몰랐는지를 알게 되었다.

위염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처럼 여겨지지만, 만성 위염은 단순한 속쓰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관여하는 경우엔 단기적 치료가 끝나더라도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치료 이후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 경험과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관리 방법과 재감염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란 무엇이며, 왜 위험한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는 사람의 위 점막에 서식하는 나선형의 세균으로,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감염자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 균이 위산을 피해 점막에 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심지어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소화기학회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감염은 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제균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위암의 발병 위험을 약 30~40% 줄일 수 있다고 한다(출처: Fukase K et al., NEJM, 2008).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내시경 검사 중 해당 균이 발견되면 보통 1차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병행하는 제균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내 경우에도 1주일간 세 가지 약을 복용하는 ‘3제 요법’을 시작했지만, 끝난 후에도 계속 속이 쓰리고 부글부글 끓는 듯한 증상이 남았다. “제균 치료가 끝났으면 괜찮아져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불안감이 밀려왔다.

치료 후에도 속쓰림이 계속된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없애는 것이 곧바로 증상 호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위 점막이 이미 오랜 시간 염증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염증이 사라지고 점막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 위염의 경우 위 점막의 위축과 구조 변화가 동반되므로, 일상생활에서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나 역시 치료 후 약 3개월은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다. 자극적인 음식은 물론, 빈속에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면 증상이 다시 심해졌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스트레스와 식습관을 철저히 조절할 것을 권했다. 위장 점막이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으며, 이 시기 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증상이 장기화되거나, 다시 헬리코박터에 감염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 교토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제균 치료 후에도 위 점막의 위축이 남아있는 사람은 이후 위암 발생률이 여전히 높은 편이며, 이런 환자들은 정기적인 추적 내시경이 필요하다고 한다(출처: Take S et al., Gut, 2015).

재감염 가능성과 실생활 관리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재감염률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국내는 위생환경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 연간 약 1% 미만의 낮은 재감염률을 보인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중 감염자가 있다면 재감염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가족 내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위염이 반복되는 경우 가족들도 검사받아보는 것이 좋다.

관리의 핵심은 생활습관이다. 실제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식생활과 일상을 바꿨다. 아침을 꼭 챙겨 먹고, 공복에 커피를 삼가며, 너무 맵고 짠 음식도 피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였다. 감정적으로 불안하거나 과로 상태가 되면 바로 속이 더부룩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하루 10분이라도 산책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아산병원의 위장병센터에서도 헬리코박터 제균 후 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균 치료 후에도 위축된 점막은 자연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금연, 절주, 식습관 개선, 정기적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진료지침, 2022)

그 말대로, 치료는 시작일 뿐이며, 이후의 생활이 진짜 회복의 관건이었다.


마무리하며, 위와 나의 관계 다시 돌아보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한 번의 약물 치료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만성 위염 상태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라면, 염증을 가라앉히고 위 점막을 회복시키는 ‘시간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도 처음엔 약만 먹으면 다 나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후부터 진짜 관리가 시작되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생활 속에서 천천히 위와 관계를 회복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식사 후 편안함이 어떤 느낌인지 다시 알게 되었다.
지금 위축성 위염이나 헬리코박터로 걱정하고 있다면, 너무 겁먹지 말고 제대로 알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여보자.
그게 바로 건강한 위를 되찾는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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