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며칠 지나고 나서 콧물과 기침이 시작됐다. 고열은 아니었지만, 몸이 찌뿌둥하고 목도 따가웠다. 주변에선 “그거 백신 부작용 아니야?” 혹은 “백신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리냐”는 말을 들었다. 나도 순간 헷갈렸다. 정말 백신이 효과 없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독감 백신의 정확한 역할, 그리고 왜 백신을 맞고도 감기처럼 아플 수 있는지, 실제 경험과 함께 과학적인 근거로 풀어보려 한다.
나는 매년 독감 백신을 맞는다. 회사에서 단체 접종을 하기도 하고, 아이가 있다 보니 가족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작년에도, 올해도 백신을 맞고 며칠 지나면 꼭 한 번씩 콧물과 기침이 시작됐다.
작년에는 살짝 고열도 있었다. 처음엔 백신 부작용인가 싶었고, 올해는 단순 감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두 번 다 PCR 검사에서 코로나도 음성이었고, 병원에서는 “경증 감기일 수 있다”고 했다. 순간, ‘그럼 독감 백신이 효과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건 백신의 실패가 아니라 백신에 대한 오해였다.
우리가 흔히 ‘감기’라고 부르는 건 실제로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며, 그중 독감(인플루엔자)은 아주 일부다. 즉, 독감 백신은 감기를 막아주는 백신이 아니다.
질병관리청(KDCA)에 따르면, 독감 예방주사는 인플루엔자 A형과 B형의 주요 변종에만 대응하도록 설계된 백신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4가 백신은 A형 2종, B형 2종에 대해 면역력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일반 감기의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일반형), RSV 등은 백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했더라도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그러니까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기에 걸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자체로 백신의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그동안 ‘감기’와 ‘독감’을 같은 말로 써왔다.
“감기 좀 심하면 독감이지 뭐”, “감기 백신 맞아야지”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썼다. 하지만 실제로 두 질환은 전혀 다른 바이러스, 다른 진행 경과, 다른 위험성을 가진다.
미국 CDC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감염은 감기보다 증상 지속기간이 길고,감염 초기부터 고열과 전신 통증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고위험군(노인,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의 경우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기보다 훨씬 높다 (CDC Flu vs Cold Guide, 2023).
즉, 백신은 감기의 예방이 아닌, 독감으로 인한 중증 위험을 낮추기 위한 도구다.
그리고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기에 걸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감기를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년 독감 백신을 맞지만, 그 후 며칠간 몸이 다운되곤 한다. 올해도 백신 후 이틀째 되는 날부터 목이 아팠고, 열은 없었지만 기운이 빠졌다. 의사에게 물었더니 백신 자체에 대한 반응도 있지만, 면역력이 살짝 흔들리는 시기일 수 있어서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백신은 우리 몸에 ‘가짜 감염’을 시켜 면역세포를 훈련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면역 체계가 한동안 바빠지는 상태가 된다. 이때 수면이 부족하거나, 과로를 하면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것이다.
나는 백신을 맞은 후부터는
2022년 Journal of Clinical Immunology에서는 예방접종 후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가 백신의 항체 반응을 높이고, 회복력을 빠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Lange T et al., J Clin Immunol, 2022).
이처럼 예방접종은 면역의 완성형이 아니라, 면역력 관리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백신 맞았는데 왜 감기 걸리죠?”라는 질문은 너무나 흔하지만, 그 속에는 감기와 독감에 대한 오해, 백신의 작동 원리에 대한 혼란이 함께 있다.
독감 예방주사는 감기 전체를 막아주는 만능 방패가 아니에요. 하지만 고열, 합병증, 입원까지 갈 수 있는 인플루엔자를 막는 중요한 보호막이라는 건 분명하죠.
그래서 백신을 맞은 뒤에 가벼운 감기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소용이 없다’고 느끼기보다는, ‘내 몸의 면역을 함께 돌보아야 할 때’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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