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약,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할까?

고지혈증 약,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할까?

디스크립션

건강검진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당황하게 된다. 특히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라는 의문일 것이다. 약 복용은 분명 중요한 치료 방법이지만, 오해와 걱정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고지혈증 치료 약물의 복용 기준, 중단 가능성, 그리고 약 외에도 실천 가능한 관리 방법에 대해 경험과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정말 약을 먹어야 하나요?”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고민

나는 30대 후반의 회사원으로, 비교적 활동적인 생활을 한다고 자부했다. 운동도 가끔 하고, 체중도 정상 범위였다. 그런데 정기 건강검진에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165mg/dL로 나와 내과에서 추가 상담을 받게 되었다. 의사는 식이조절로 3개월을 지켜보자고 했고, 나름 건강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운동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검사 결과는 큰 변화가 없었고, 결국 ‘스타틴 계열의 약’을 복용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걸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지 않나요?”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지혈증 약물, 특히 스타틴 계열의 약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생성하는 효소를 억제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약이다. 이 약의 복용이 시작되면 대부분 장기간 유지되지만, ‘평생 복용’이라는 말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복용 여부는 단순히 수치만이 아니라 개인의 심혈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2022년 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LDL 수치가 160mg/dL 이상이고 가족력,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등의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가 함께 있는 경우, 약물 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며, 10년 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7.5% 이상이면 스타틴 복용이 권고된다 (AHA/ACC Cholesterol Guidelines, 2022).
즉, 단순히 수치 하나만 보고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위험 요인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약을 먹는다고 끝은 아니다, 생활습관이 핵심이다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수치가 안정되는 걸 경험한다. 나 역시 스타틴을 복용한 후 6개월 만에 LDL 수치가 11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이 수치를 낮춰주는 것은 맞지만,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이 그대로라면 언젠가는 약효도 한계에 부딪히고, 다른 합병증의 위험도 높아진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단순히 음식 섭취만으로 조절되지 않는다. 운동 부족,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흰쌀밥, 흰빵, 설탕 등)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고, 이는 간접적으로 LDL 수치에도 영향을 준다.
나는 매일 먹던 커피믹스를 중단하고, 설탕이 들어간 간식을 줄였으며, 매일 30분 이상 걷는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특히 운동은 HDL(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Journal of Lipid Research 2019년 연구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HDL을 증가시키고, LDL 입자의 크기를 키워 상대적으로 위험성을 낮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Robinson JG et al., J Lipid Res, 2019).

또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도 매우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체내 지방 대사를 방해하고,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시킨다. 불면이나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에게서 고지혈증과 대사증후군의 발생률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나는 취침 1시간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깊게 숨 쉬는 호흡 훈련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고, 그 결과 수면의 질이 나아지고 전반적인 피로감도 줄어들었다.


약은 평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먹으면 끊을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복용을 미루지만, 오히려 조기에 시작해서 제대로 관리하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고위험군이나 이미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장기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 요인이 낮고, 체중 조절과 식습관 변화가 병행되는 경우엔 약을 끊는 것도 가능하다.

나의 경우도 의사의 지도 하에 1년간 꾸준히 복용 후, 수치가 안정되고 생활습관이 개선된 것을 토대로 현재는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이후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하며 수치를 확인하고 있으며, 생활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2020년 BMJ Open에 실린 대규모 후향 연구에서는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 경증 고지혈증 환자 중 약 20%는 스타틴 복용을 중단해도 수치가 유지되었고, 이후 2년간 심혈관 질환 발생률 증가가 없었다는 결과도 발표되었다 (Jørgensen T. et al., BMJ Open, 2020).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라도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과 정기 추적검사를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약을 거부하거나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상태를 이해하고, 지금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판단하는 것이다. 약은 도구일 뿐, 내 건강을 유지하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결론: 약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건강 습관’

고지혈증 약은 때로 평생 복용이 필요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 약을 복용하게 되었는지, 지금의 생활습관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다.
약은 시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라는 기본적인 건강 습관에 있다. 진짜 건강은 수치가 아니라 일상 속에 있고, 그 습관이 약보다 더 오래가는 치료제다.

건강을 조절하는 주체는 당신 자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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