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아닌데 목이 아프고 쉰다면? 후두염일 수 있어요

감기 아닌데 목이 아프고 쉰다면? 후두염일 수 있어요

디스크립션

감기 기운도 없고 열도 없는데, 목이 따갑고 쉰 목소리가 며칠씩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말 많이 한 날, 건조한 날씨 속에서 목이 칼칼해지고 목소리가 안 나올 때, 사람들은 ‘감기 걸렸나?’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증상이 반복된다면 후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인 후두염의 증상과 원인, 내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회복법을 함께 나눠보려 한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만 쉬었어요”, 나의 후두염 경험

작년 겨울, 나는 이상한 목감기를 앓았다. 열은 없고, 콧물도 없었는데 목소리만 점점 잠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목을 좀 무리했나 보다” 하고 넘겼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대화할 때 목소리가 갈라지고, 고객과 통화할 때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장 불편했던 건, 식사할 때 목을 넘길 때 따끔거리는 느낌과, 아침에 목이 붙은 듯한 이물감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 감기가 아니고, 급성 후두염입니다.”

후두염은 후두(성대가 위치한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급성 후두염은 보통 감기나 바이러스 감염 후 나타나지만, 반드시 감기 증상이 동반되진 않는다. 목소리가 쉬거나, 아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음성이 변할 수 있고, 심하면 후두통이나 삼킴 곤란, 기침까지 유발된다.
실제로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겨울철 후두염 환자의 약 30%는 감기와 동반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후두 점막의 건조와 과사용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한다. 말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실내 공기가 건조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더 잘 생긴다고 한다.

나 역시 하루 종일 통화하고 회의가 많은 직장인으로서 목을 자주 사용했는데, 그날따라 물도 잘 안 마셨고, 히터를 쐬며 대화를 많이 했다. 그게 염증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감기와 후두염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기’는 상기도(코, 인두, 기관지 등)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생기는 급성 질환이다. 코막힘, 기침, 인후통, 미열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후두염은 후두에 국한된 염증성 질환으로, 목소리 변화가 주 증상이고, 열이나 코 증상은 동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두 질환의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느꼈다. 감기라면 하루 이틀 지나며 콧물, 몸살 같은 증상이 먼저 시작되는데, 이번엔 그런 증상 없이 목소리만 점점 잠기더니 결국 거의 속삭이듯 말해야 할 지경까지 갔다.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소리를 더 내려고 할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2021년 American Journal of Otolaryngology에 실린 논문에서도, 감기와 후두염의 감별 포인트 중 하나로 ‘음성의 변화 여부’를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후두염 환자의 80% 이상이 쉰 목소리나 무성증(aphonia,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음)을 경험했으며, 감기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발음의 변화가 시작 증상이라는 점이었다 (Lechien JR et al., Am J Otolaryngol, 2021).

또한 감기와 달리, 후두염은 말을 많이 하거나 공기가 건조한 날, 과음을 한 날 등 비감염성 요인에 의해서도 쉽게 생길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난방된 실내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거나, 장시간 전화통화를 할 경우 후두 점막이 마르며 염증 반응이 쉽게 일어난다.


목소리를 회복하기 위한 나만의 관리 루틴

후두염 진단을 받고 난 뒤, 나는 의사의 조언을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목소리를 쉬는 동안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침묵’이었다. 말하기를 최대한 줄이고, 중요한 일도 문자나 메모로 대체했다.
말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몸으로 느꼈다.
그 외에도 실천했던 방법을 공유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수분 섭취를 늘렸다. 500ml 텀블러에 미지근한 물을 넣고 하루종일 조금씩 마셨다. 찬물은 성대를 더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했고, 따뜻한 유자차나 꿀차도 도움이 되었다. 침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목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염증 회복에 중요하다.
가습기도 필수였다. 특히 취침 전에는 방 안에 수건을 적셔 걸어두거나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수증기를 만들어 목의 점막을 보호하려 노력했다.

또 하나 의외로 효과적이었던 건 복식호흡 훈련이었다.
후두염이 있을 땐 숨쉬는 것조차 목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얕고 빠른 호흡보다는 깊고 안정된 복식호흡을 유지하면 후두 압박이 줄어든다.
실제로 2022년 Journal of Voi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복식호흡을 병행한 음성 안정 훈련이 후두염 후 회복 속도를 단축시켰다는 결과가 있었다 (Chen Y et al., J Voice, 2022).

이러한 작은 실천을 통해 5일 만에 목소리는 거의 회복되었고, 7일째 되는 날에는 평상시처럼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 뒤로는 매일 하루 2L 이상의 수분 섭취, 사무실 내 가습기 사용, 발성 직전에는 목 스트레칭과 입을 덜 벌리고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결론: 감기가 아니라면, 목소리가 알려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세요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쉬었다고 무조건 감기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특히 감기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목 증상, 쉰 목소리, 말할 때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후두염을 의심하고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조용히, 부드럽게, 따뜻하게 목을 관리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다.
성대도 쉬어야 회복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다시금 깨달았다.🌱
혹시 지금 당신의 목이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감기라 넘기지 말고
‘내가 최근 무리해서 말하진 않았는지’,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진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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