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과 기침이 살짝 시작됐을 때, 그저 피곤해서 생긴 감기겠거니 생각했다. 열도 처음엔 심하지 않았고, 몸살 기운도 처음엔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겼다. 그런데 그 가벼운 증상은 며칠 만에 고열과 극심한 근육통, 극심한 무기력으로 번졌고, 결국 병원에서 A형 인플루엔자(독감) 판정을 받았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글에서는 내가 겪은 독감의 시작과 경과, 그리고 감기와 구별할 수 있었던 신호들을 공유하려 한다.
처음엔 정말 별거 아니었다. 목이 칼칼했고 콧물이 조금 났으며, 오후가 되면 조금 몸이 나른했다. 이틀 정도는 “감기 기운 있나 보다” 생각하며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마스크도 쓰고 물도 마셨으니 괜찮겠지 싶었다. 하지만 사흘째 되는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체온은 38.7도까지 올랐다.
기운이 없었고, 머리도 지끈거렸고, 특히 허리와 다리의 깊은 근육통이 말을 걸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기침은 심하지 않았지만, 숨을 쉴 때마다 폐 쪽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갔고, 의사 선생님은 신속 항원검사를 권했고, 10분도 채 안 돼 ‘A형 인플루엔자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독감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신호는 있었다.
평소보다 빨리 지치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으며,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감기겠지’ 하며 병을 가볍게 넘긴 것이 결국 독감의 확산을 막지 못하게 했고, 가족 중 두 명도 며칠 뒤 같은 증상을 겪게 되었다.
나는 그때까지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단순히 ‘심한 감기냐 아니냐’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몸이 겪는 과정 자체가 다르다. 감기는 서서히 시작되고, 독감은 갑자기 시작된다.
감기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불편함이라면, 독감은 일상이 정지되는 수준의 통증과 무기력을 동반한다.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감기와 독감은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독감은 인플루엔자 A 또는 B형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 갑작스러운 고열, 심한 근육통,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반면 감기는 대개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일반형) 등 비교적 약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고, 증상도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독감의 특징 중 하나는 몸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피로감과 통증이다. 나는 독감에 걸렸을 때, 머리와 관자놀이, 어깨, 무릎, 심지어 발목까지 욱신거리는 통증이 지속됐다. 누워 있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음식도 안 넘어가고,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큰 차이점은 열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열이 잡히지만, 독감은 해열제를 먹고도 몇 시간 뒤 다시 오르고, 밤새 고열과 땀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 미국 CDC 발표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감염 환자의 85%는 38도 이상의 고열, 근육통, 전신 권태를 동시에 호소했고, 감기보다 평균 회복기간이 2~3일 더 길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되었다 (CDC, Influenza Surveillance Report, 2023).
독감에서 회복되기까지 약 7일이 걸렸다. 그중 3일은 사실상 아무 것도 못 했다. 식사도 제대로 못했고, 체중도 2kg 이상 줄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단순한 증상이라도 몸의 신호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먼저, 내가 바꾼 건 초기 증상에 대한 대응 속도였다. 기침이나 콧물, 피로감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고, 고열이 발생하면 무조건 신속 항원검사를 받는다. 검사 후 15분이면 확인 가능한 간단한 검사지만, 초기에 확진을 받으면 항바이러스제 투약으로 경과가 훨씬 짧아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예방접종 후 생활 습관 관리였다. 나는 독감 백신을 매년 맞지만, 접종 후 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거나 수면 부족, 외부 노출을 반복하면 면역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2022년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 후 2주 동안의 수면 질과 스트레스 수준이 항체 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수면 시간이 짧거나 만성 스트레스를 겪은 집단은 백신 효과가 25% 이상 낮아졌다고 한다 (JID, Lange et al., 2022).
지금은 백신 후 2주간은 꼭 아래 수칙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또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나의 기본 루틴이다.
‘조금 피곤한가 보다’에서 시작된 감기 같은 증상, 그건 사실 몸이 보내는 독감의 신호일 수 있다.
열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피로와 통증이 함께 올 땐 감기 이상의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나는 그 경험 이후, 아프지 않기 위해 더 일찍, 더 신중하게 내 몸의 반응을 살피게 되었다.🌱
단순한 증상 같아 보여도, 그 안에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누군가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내가 겪은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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